직접 내려마시는 커피, 커피는 김치 같은 것, 내 취향의 커피 고르기편
직접 내려마시는 커피, 커피는 김치 같은 것, 내 취향의 커피 고르기편
직접 내려마시는 커피
어느새 커피는 우리에게 일상이 되었어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카페 외에도 심지어 편의점, 패션 편집숍, 사무실 등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음료가 됐죠. 그런데도 많은 커피 애호가들이 원두를 구매해서 '굳이 직접' 내려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불편한 편리함
바리스타가 내 취향에 맞게 커피를 내려, 바로 마실 수 있는 상태로 건네받는 것만큼 편리한 방법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늦잠을 즐기고 일어난 나른한 휴일, 한적한 한낮을 여유로 채우고 싶을 때, 그리고 가끔 손님을 위한 커피 한 잔이 필요할 때, 수고스럽게 옷을 챙겨입고 외출하지 않고 편안하고 아늑한 나의 공간에서 신선한 원두로 커피를 직접 내릴 수 있다는것도 때론 마냥 수고스럽게 느껴지지만은 않을거예요.
둘째, 감성적 충족
커피를 흔히 감성적 음료라고들 하지만 그 감성은 마실 때보다 내리는 과정에서 전해지는 것이 더 크답니다. 이제는 손에 익숙해진 핸드밀을 꽉 쥐고 '드르륵 드르륵' 원두가 분쇄되는 촉감을 느끼며 퍼져오는 아로마를 즐겨봐요. 맛있는 커피가 완성되길 바라는 설렘으로 물을 천천히 부어주세요. 그리고 마침내 내 손에 전해지는 커피의 따스한 온도와 향미. 자, 어떤가요? 상상만으로도 감성적 충족이 느껴지지 않나요? 편안한 음악 또는 영화와 함께라면 금상첨화.
셋째, 나누는 즐거움
커피를 내리는 행위는 요리의 그것과 꽤 비슷해요. 커피를 마실 사람을 위해 준비하는 설렘이 좋습니다. 누군가가 날 위한 커피 한 잔을 준비해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풍기는 소리와 향. 그것이 나를 위한 정성이라면 어떤 커피든 충분히 만족스럽게 다가올 거에요. 오롯이 그 시간만큼은 당신을 생각했을 테니까요.
세상은 너무나 빨리 돌아갑니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고 모든 것이 손가락 하나면 해결되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원두를 갈고, 향을 확인하며, 천천히 시간을 손가락으로 세어가며 커피를 차분하게 내리는 아날로그스러운 이 과정은 생각보다 꽤 매력적이랍니다. 자, 이제 잔잔한 음악을 하나 틀고 커피를 차분히 내리며 그 시간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봐요.
커피는 김치같은 것
언젠가 한 친구가 제게 이렇게 말했어요. “커피는 다 비슷비슷한 거 같아!” 그는 커피에 막 관심이 생겼지만, 향과 맛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어요. 저는 “커피는 김치 같은 거야. 시간이 더 필요해.” 라고 대답했죠.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다양한 김치를 맛보고 ‘경험’해온 것을 말하기 위함이었어요.
우리는 모두 '김치전문가' 이다.
평생 한국에서만 살아온 친구의 눈을 가리고 김치를 먹여볼까요? 그것도 아주 잘 익은 김치를. 그럼 그는 “음- 잘 익었네!” 라고 단번에 알아 맞출 거에요. 어쩌면 이 김치가 젓갈향 물씬 나는 전라도식인지 깔끔한 경기도식인지까지 맞출지도 모르죠. ‘이 김치는 삼겹살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겠다’는 얘길 할 수도 있고요. 종류를 바꾸어, 묵은지나 갓김치를 먹여보면 어떨까요. 다른 김치라는 걸 당연히 알아맞히겠죠. 이정도면 김치에 사용된 채소의 품종과 지역, 심지어 숙성 정도까지 알고 있는 ‘김치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죠?
시간이 천천히 해결해 줄 거에요.
반대로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 친구에게 같은 실험을 한다면 어떨까요? 어떤 김치라도 어색해하며 서로 다른 종류라는 걸 아는 건 둘째치고 익숙지 않은 매운맛에 꽤 힘들어하겠죠. 이제 ‘커피는 김치 같은 것’이라는 표현이 이해가 되나요? 커피의 맛을 잘 구분하기 어렵다면, 아직 우리의 미각이 커피에 익숙해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이 천천히 커피를 즐기다 보면 커피가 가진 맛과 향미를 구분할 수 있을거에요. 한국인 친구가 평생에 걸쳐 자연스럽게 김치 전문가가 되었듯이.
입문 단계에서 보다 빨리 다양한 커피의 향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한 가지 팁이 있어요. 서로 다른 여러 종의 커피를 추출해 동시에 맛을 비교해보는 것이죠. 산지나 가공 방법에 따라 그 맛과 향의 차이가 있어요. 한 잔을 마실 때보다 여러 종류를 놓고 마셔보면 그 차이를 더욱 명확하게 느낄거에요. 각자 좋아하는 김치가 다르듯이, 커피도 취향따라 가는거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커피의 완성은 여러분들의 몫이니까요.
내 취향의 커피 고르기
내게 잘 맞는 커피를 찾는 방법에는 크게 7가지가 있어요.
1. 신선한 로스팅
원두는 식품이자 과일이에요. 그것도 아주 주의 깊게 가공된 농산물이죠. 자, 패키지에 표기된 로스팅 날짜를 봐주세요. 커피가 가장 좋은 맛을 내는 기간은 로스팅 후 7~14일 사이랍니다. 대략 4주까지 마셔도 무방하지만, 2주후 부터 커피의 향미는 점점 희미해지고 평범해집니다.
2. 로스팅 포인트
로스팅 포인트는 커피를 볶는 정도를 말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크 로스팅’에서 ‘다크’를 뜻하죠. 에스프레소용 블렌드 원두는 긴 로스팅 시간에 의해 바디감과 단맛이 증가해요. 집에서 머신이나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 베이스 음료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반면 브루잉용 원두는 짧은 시간을 로스팅하기 때문에 새콤달콤한 맛과 개성이 돋보이는 커피를 선호하는 분들에게 좋아요.
3.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
비교적 블렌드는 아메리카노 or 라떼 류 커피에 어울리고. 싱글 오리진은 브루잉 커피에 더 잘 어울려요. 좋은 균형감을 가진 블렌드 원두로 아메리카노는 물론 우유와 섞였을 때도 조화롭게 어울려야 하죠. 반면 싱글오리진 원두는 한 지역에서 생산된 원두이므로 산지의 자연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특별한 뉘앙스를 가졌어요.
4. 산지
대개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깨끗한 단맛과 무거운 바디감과 고소함, 아프리카는 복합적인 과일의 향미, 아시아는 너티하고 곡물 뉘앙스를 가진 커피를 생산해요. 내가 선호하는 향미에 따라 지역을 선택해보세요.
5. 품종
같은 오렌지처럼 생겨도 레드향, 천혜향, 한라봉같이 다른 품종이 존재하는 것처럼, 커피도 과일이기에 여러 품종이 있어요.
앞으로 커피를 마실 때 입맛에 맞았던 커피의 품종을 메모해놓고 다른 품종의 원두와 비교해보세요.
6-7. 가공방식과 고도
Washed 커피는 대개 깨끗하고 밝고 달며, Natural은 묵직한 과일 뉘앙스에 와인 같은 느낌이에요. 고도는 높을수록 더 달고 더 산미가 강해요. 케냐 커피가 브라질이나 인도보다 단맛과 산미가 좋은 가장 큰 이유가 고도 때문입니다.
어때요? 이제 원두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감이 좀 오시나요? 다양한 커피를 노트해보며 여러분에게 꼭 맞는 커피를 찾길 바랄게요!